“오늘 산길을 걷노라니 움 터지는 소리가 바람과 다투고 있다. 까마귀는 대놓고 떠들고 다른 새소리도 분주한 가운데 땅도 툭툭거려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. 움이 비집고 나왔으니 곧 새순이 돋고 산이 연두색으로 물들 날이 머지않겠다. 금세 산벚꽃과 초록빛이 군데군데서 눈을 흘리겠지만, 자작나무 새잎같이 맑고 빛나는 색은 없다. 지상 최고의 연둣빛이다. 이른 벚꽃 지고나면 자작 잎 나오는 것을 챙겨 보라. 황무지의 개척지에서도, 산불이 난 후에도 가장 먼저 숲을 만드는 나무가 바로 자작이다.

– 김민식, 나무의 시-간(bread, 2019), 35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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