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작나무(Birch, Bouleau)

오늘 산길을 걷노라니 움 터지는 소리가 바람과 다투고 있다.

까마귀는 대놓고 떠들고 다른 새소리도 분주한 가운데 땅도 툭툭러려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.

움이 비집고 나왔으니 곧 새순이 돋고 산이 연두색으로 물들 날이 머지않겠다.

금세 산벚꽃과 초록빛이 군데군데서 눈을 홀리겠지만, 자작나무 새잎갗이 맑고 빛나는 색은 없다.

지상 최고의 연둣빛이다.

이른 벚꽃 지고나면 자작 잎 나오는 것을 챙겨보라. 황무지의 개척지에서도,

산불이 난 후에도 가장 먼저 숲을 만드는 나무가 바로 자작이다.

야스나야 폴라냐, 톨스토이의 ‘빛나는 들판’은 자작나무 숲이다.

코제트가 울며 등을 떨고 있던 그 숲에 유독 자작나무가 보였다.

 

– 2019. 나무의 시간. 김민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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